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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철학이 돈 벌어준다”

by hasd 2009. 6. 3.




P&G, 할리데이비슨, 3M의 철학적 경영사례 2009년 06월 02일(화)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유태인은 20세기에 이르기까지 4천년 역사의 대부분을 나라 없이 세계 각지를 떠돌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 같은 환경 속에서도 멸망치 않고 살아온 것은 그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준 종교와 계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탈무드(Talmud)' 같은 삶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 철학이 돈을 벌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흥미 있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LG경제연구소 이병주 책임연구원은 ‘철학이 있는 기업’이란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P&G, 할리데이비슨, 3M 등을 철학적 경영이념으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P&G의 경영이념은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전 세계 소비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최상의 품질과 가치를 지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P&G의 경영활동은 모든 면에서 고객 중심적인데, 현재 P&G의 소비자에 대한 감각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 속에서 철학적 경영이념 탄생

소비자를 중시하는 P&G의 조직문화는 경쟁자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 생겨난 것이다. P&G의 창업자인 윌리엄 프록터(William Procter, 1801~1884)는 양초를 만들어 팔던 상점 주인이었으며, 동서지간이었던 제임스 갬블(James Gambel, 1803~1891)은 비누 제조업자였다.

▲ P&G의 제품 다각화 현황 
미국 신시내티에서 따로 사업을 해오던 두 사람은 자매와 결혼해 동서 사이가 됐는데, 1837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서로의 사업을 합치게 된다. 이들은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소질이 있는 상인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재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물에 뜨는 비누 ‘아이보리’, 더 얇아지고, 더 잘 맞고, 더 쉽게 조여지고, 더 예쁜 기저귀 ‘팸퍼스’, 미백 기능이 첨가된 치약 ‘크레스트 화이트스트립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의 취향을 놓고, 시장을 뺏고 빼앗기는 싸움 끝에 탄생한 명품들이다.

프록터나 갬블 집안이 아닌 사람으로서 처음 P&G의 CEO가 된 리처드 듀프리(Richard Deupree, 1885~1974) 회장의 말은 지금도 P&G 홈페이지에 남아 있다.

“만일 누군가가 우리 자본과 빌딩과 브랜드를 놔둔 채 우리 임직원들을 데려간다면 회사는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가 우리 자본과 빌딩과 브랜드을 가져간다 해도, 우리 임직원들을 남겨둔다면 10년 내로 모든 것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이 나의 경영철학

윌리엄 할리(William Harley, 1880~1943)와 동네 친구인 아서 데이비슨(Arthur Davidson, 1881~1950)은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황야에서 먼 길을 자전거 타고 다니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1901년 윌리엄 할리가 자전거에 모터를 달아보았다.

▲ 할리데이비슨의 경영성과 
얼마 후 이들은 모터를 단 자전거, 즉 오토바이를 만들어 팔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할리데이비슨을 창업했다. 후에 아서의 형제인 월터와 윌리엄도 회사 경영에 참여한다.

할리데이비슨 제품은 오토바이 레이서였던 월터의 레이싱대회 우승과 함께 윌리엄 할리가 만든 ‘V-트윈’ 엔진의 우수한 성능이 알려지면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1910년대에는 경찰들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순찰을 했으며, 1차 세계대전 중에는 미국과 동맹국에 2만대가 넘는 오토바이를 제공했다.

1920년대에는 세계 최대의 모터사이클 제조업체가 됐다. 이후 대공황으로 많은 회사들이 망했지만, 할리데이비슨은 살아남아, 미국 오토바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미군과 연합군에 9만대의 모터사이클을 공급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등 남자 연예인들이 야성미 넘치는 모습으로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다녔다.

위기도 있었다. 1969년 경영악화로 인해 레저용 제품에 관심이 있던 AMF에 인수되고 만다. 그리고 소비재와 모터 눈썰매, 골프카드 등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를 보다 못한 13명의 경영진은 1981년 자신의 돈을 투자해 회사를 독립시켰다. ‘독수리는 난다(The eagle soars alone)’란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회생작업에 돌입한 할리데이비슨은 다시 창업시대 철학으로 돌아가 ‘V-트윈’ 엔진을 개량한 ‘이볼루션’이란 새로운 엔진을 개발한다.

동시에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주고자 한 창업자들의 생각을 본받아, 오토바이의 가치를 새롭게 창출한다. 깡패, 혹은 히피들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가 아니라, 고객들에게 ‘모터 사이클링’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회사가 모터 사이클링 활동을 지원하는 할리오너스 그룹(Harley Owners Group)은 2005년 현재 전 세계에 1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각국에서 정기적인 모터 사이클링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자유를 부여하라

할리데이비슨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다가 위대한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3M은 뛰어난 경영자에 의해 평범한 기업이 철학 있는 기업으로 바뀐 경우다.

1902년 5명의 사업가들에 의해 설립된 3M은 광산에서 광옥이나 사금을 캐내는 회사였다. 그러나 처음 광옥의 구매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아야 했다. 새로운 투자자가 3M을 인수해 사포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사업도 지지부진해 처음 10년간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 3M의 기술나무 
오히려 이와 비슷한 시기에 3M과 같이 연마기 시장에 진입한 노튼은 초기 시장을 선도하면서 이 분야에서 1위 기업의 명성을 100여 년간 이어왔다.

그러나 1929년 윌리엄 맥나이트(William McKnight, 1887~1978)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회사는 큰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맥나이트 사장이 처음에 한 일은 3M의 철학과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이었다.

3M의 자유로운 연구, 혁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가장 널리 알려진 15%룰, 즉 자기가 원하는 업무 시간의 15%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정책도 맥나이트가 만들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항상 경청하라”, “이것저것 간섭하지 마라”,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자”, “유능한 사람을 고용해, 그들을 혼자 내버려 두라”, “실험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일을 장려하자” 등등. 엔지니어들의 천국이 된 것이다.

이병주 연구원은 철학이 있는 기업의 첫 번째 특징을 ‘고집’으로 보았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업무를 집중하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더라도 먼저 자신이 가진 기술에서 출발한다는 것.

또한 과거로부터 배우는 뛰어난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일어난 일이면 성공, 실패에 관계없이 그것을 찾아내 전략, 행동원칙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 이는 경영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 성장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세 번째로 ‘개성’을 지목했다. 철학이 있다는 말은 독특한 가치관이 있다는 말인데, 이 가치관이 곧 색깔, 개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데이비슨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일반 기업들은 잠재고객들에게 많은 돈을 쓰는데, 할리데이비슨은 자사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더 많은 돈을 쓴다는 것. 한 기업의 가치관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감’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가능하면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이나 신념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 때문에 남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그리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09.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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