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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과학칼럼> 음성인식의 역습(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장길진 교수)

by hasd 2012. 9. 3.



[과학칼럼] 음성인식의 역습
- 장길진 울산과기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10여년전 키보드에 밀려 사장
전공인재들 타 분야로 흡수
터치폰 붐 맞아 국내기술 육성


 

스마트폰이 휩쓸고 있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최근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서비스가 있다. 음성으로 검색을 하게 해주는 구글 보이스(Google Voice)와 다음 음성검색이다.
이 두 가지는 연일 온라인 뉴스와 블로그 등에서 경쟁 기술로 비교되고 있는데 입력수단이 개인용 컴퓨터에 불편한 스마트폰에서 그 효용성이 입증되고 있다. 10여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일했던 필자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일반인들은 마치 구글이 신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핵심기술은 이미 20년, 아니 30년도 더 전에 개발이 끝났으며 구글과 다음이 사용하는 방법도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점은 예전에는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와 경쟁을 했지만 지금은 터치패드와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화의 변이와 주변 잡음의 영향으로 잘 되는 음성인식기의 성능도 일반 사용환경에서 95%를 넘기가 힘들다. 키보드와 마우스의 정확도는 말할 필요도 없이 100%에 가까울 것이며, 예전의 음성인식은 비교가 되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거의 오류없이 실시간으로 말을 받아 적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았을 때에도 사람들은 시큰둥했다. ‘그냥 키보드로 치겠다’가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는 동안 90년대 후반 삼성의 애니콜과 LG의 싸이언이 경쟁하던 시기, 음성인식을 널리 알리게 한 제품들이 나왔다. 안성기의 기차 추격신 광고로 유명했던 ‘본부’, 그리고 김혜수의 ‘우리집’ 휴대폰들이었다. 이 제품들은 그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음성인식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며 휴대폰의 필수기능으로 자리잡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말보다 손이 빨랐다. 몇 년 후에는 있으나 마나 한 기능으로 잊혀져 갔고 그 당시 벤처 붐을 타고 설립되었던 회사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 버렸다. 대학교와 기업 연구소에서도 대부분의 팀들은 해체되었고 음성인식을 전공했던 사람들은 다른 분야로 흡수되어 버렸다. 제품화에 실패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훌륭한 대체 수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로 10여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폰의 물결이 휩쓸고 있다. 사실 스마트폰은 훨씬 이전부터 있어왔다. 사실 필자는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화면이 작고 글자 입력이 불편했기 때문에 쓰기가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 세대 이전의 PDA와 비교해 보아도 입력 방식이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다른 장점들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졌고 지금은 전체 휴대폰 시장을 삼킬 기세이다. 스마트폰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자세히 쓰지 않도록 하겠다.
어찌 되었든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에 쉽게 입력하는 방법에 대한 요구가 점점 생겨났고 구글이 음성검색 시장에 뛰어들면서 다시 음성인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늘어나게 되었다.

역시 국내 기업 다음도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결국 시장과 기술이 살아난 것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지, 신기술이 나왔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을 보니 필자는 이전에 일하던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스마트폰 붐이 조금만 일찍 일어났다면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을 것이고 더 훌륭한 이론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지금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이 된다. 구글은 이미 한국어 서비스도 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거대한 외국 기업에게 시장을 빼앗길 것이고, 아니면 이러한 붐을 타고 다시 발전시킨다면 학계로 보나, 기업으로 보나, 그리고 개인 사용자들에게 더 좋은 기회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울산매일신문 (20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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