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가진 복제인간, 권리 문제 발생 2009년 03월 03일(화)
과학미디어로 읽는 미래 2019년, 이제 10년 남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1982년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미래 LA의 모습을 그렸다.
과학영화(Sci-Fi Film) 고전을 꼽을라 치면 반드시 상위 순위에 랭크되는 영화 중에 하나가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다. 우리말로 치면 칼을 든 몰이꾼쯤이 된다. 복제인간을 찾아내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일종의 경찰을 의미한다. <블레이드 러너>는 작가의 특징적인 상상력이 인간들의 삶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그게 가능한지 그리고 그 상황에 처한 우리는 냉정하게 스스로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재감해볼 수 있는 여지를 풍족하게 던져준다. 전방위적인 화두를 쥔 이 영화는 전공을 불문하고 미래 과학의, 그리고 미래 사회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영화로 꼽힌다. 화성을 식민화한 인간은 그 곳을 개척하기 위해 다량의 복제인간을 만들어내 파견시킨다. 작가의 상상력이 삶과 접목 리플리컨트(Replicants, 복제인간)는 특정한 목적에 유능한 인간을 복제시켜 만든 인간(?)이다. 그 의식은 제작자가 만들어 넣는다. 그래서 이들 복제인간들은 자신의 제작자를 아버지(Father)라고 부른다. <블레이드 러너>가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튜링테스트다. 인지심리학자 튜링이 만들어낸 이 테스트는 대화의 상대방이 기계인지 인간인지를 알아내는 검사방법이다. 격리된 방에 기계와 인간을 각각 두고, 채팅을 통해 어느 방에 기계가 있는지를 알아 맞춘다. 튜링이 알아내고 싶은 것은 인간과 기계가 서로 어떤 언어적 특징으로 구분되느냐다. 역으로, 그 언어적 특징으로 인간이 어떤 언어적 지능을 가지는지 알아낼 수 있다. 물론 기계가 그 언어적 지능을 가지면 인간과 유사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예컨대 ‘오늘 날씨를 보니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으면 인간은 ‘어제 좋은 일이 있어서 그냥 좋아요’라고 말한다. 기계는 ‘꾸물꾸물해서 싫어요’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튜링테스트는 콘테스트 등을 통해 갈수록 발전해 왔다. 사람처럼 엉뚱한 답변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답변을 느리게 할 수도 있다. 심지어 그럴듯한 거짓말도 한다. 현재까지의 기술을 보면 고도의 분석능력이 없으면 일반적인 질문 정도로는 기계인지 인간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블레이드 러너>의 주인공 데커드는 화성을 탈출한 복제인간을 추적한다. 인간과 너무나도 유사한 이들이 복제인간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DNA분석이다. 복제인간이다보니 각 DNA에 회사 이름이 눈에 보이지 않게 찍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과 너무나 똑같은 복제인간을 확인하기 위해 인간을 한 명씩 DNA검사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튜링테스트를 한다는 것이다. 언어는 인공지능의 가장 핵심 문제 기계(컴퓨터)가 얼마나 인간과 유사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느냐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다. 의사소통의 문제가 인간과 기계가 공존할 수 있는 장을 열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흔하게 기계와 소통하는 방법은 키보드나 마우스와 같은 입력장치다. 그러나 그 역시 컴퓨터와 인간이 사전에 약속한 언어를 매개로 한 소통이다. 최근 활발하게 인간의 언어를 기계가 적절하게 알아듣기도 하지만 아직 그 수준은 떨어진다. 인간의 언어는 다변적이고 중의적이며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기계가 이를 인간처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지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간이 말하는 “잘했다”와 “잘-했다”고 하는 것은 서로 다른 기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도 이를 잘못 이해할 때만 많은데, 하물며 기계가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이 행하는 대부분의 판단은 지능에 따른다. 그 지능에 따른 스트레스를 기계에 전가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수준 이상의 인공지능을 기계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간과의 정확한 소통을 통해 기계가 인간의 역할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언어적 지능 외에도 인간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행동하는 체화된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보드를 타면서 감각적으로 움직이거나, 날아오는 물체를 보면 눈을 감아버린다든지, 호흡이 어려워질 것 같으면 산소를 적게 쓰도록 해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임을 드러내는 '언어'와 '지능' 본능에 가까운 이런 지능들은 그 특징을 분석해 현재 충분히 기계화되고 있다. 어떤 위험요소의 상황에서 특정한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기계들도 기계 자체가 손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징후가 생기면 이를 감안해 작동을 중단하거나 자동으로 역작동을 할 수도 있다. 복제인간은 과학영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로봇과 달리, 복제인간은 만들기가 더 쉬울 수 있다. 여전히 인간이 담당하는 노동의 영역이 많고, 인권 등과 같은 윤리적 문제만 없다면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이 로봇을 제작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인간의 의식이나 지능에 대한 비밀이 벗겨지면서 의식이나 기억을 주입할 수 있는 기술은 더욱 발전되고 있다. 인공자궁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유기체를 빠르게 복제하는, 인간의 성장속도보다 빠르게 단백질을 조립하는 기술도 늘어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복제인간은 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감성은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감성, 그리고 그에 따라 생기는 생존하고자 하는 욕망은 제작자가 부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 문제가 영화가 제시하는 복제인간들의 주요 고민이다. 복제인간에 대한 권리의 문제가 이 때문에 발생한다. 인간의 모습으로 창조된 제품에게도 권리를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은 그것이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라 할지라도 의식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스스로의 감성을 만들고 이를 발전시켜 나간다. 일반적인 로봇과 달리 복제인간에게만 있는 특별한 능력이 그것의 권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복제인간의 권리문제 제기 과학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아이템 중에 하나는 날아다니는 자동차다. 도심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다들 예상하듯 지상의 교통사정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땅을 파고, 고가도로를 아무리 만들어도 폭주하듯 늘어나는 자동차 생산량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 답답한 도로사정을 비웃으며 하늘로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그래서 인류의 로망이다.
1톤 내외 하는 일반적인 자동차를 공중으로 띄워 올리고 고속으로 질주하게 만들려면 크게 두 가지가 개발돼야 한다. 첫 번째는 중력을 거스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힘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양력이 아닌 방식으로 공중에서 공기의 흐름을 타는 기술이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물리학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울 듯하다. 감독의 이야기처럼 10년 뒤를 기대해 보자.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키보드나 마우스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입력장치는 유치해 보인다. 거의 모든 입출력 장치는 음성이다. 데커드는 자신의 집에서 음성으로 가전제품을 조작한다. 사진을 보면서 특정부분을 확대하거나 다른 부분으로 옮겨가는 등의 지시를 목소리로 한다. 음성을 인식하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조만간 우리 생활에 들어올 모습으로 예상되는 장면이다. 화상공중전화도 등장한다. 지금이야 휴대전화로도 가능한 기술이지만 영화가 개봉된 1982년에 화상공중전화라니, 미래를 내다본 그 통찰력에 찬사를 보낸다. Blade Runner | Ridley Scott | 117분 | 1982 |
박상주 객원기자 | jhkim@kofac.or.kr 저작권자 2009.03.03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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