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GE의 미래 경쟁 상대는 오라클

by hasd 2016. 7. 20.



“구글의 가장 큰 경쟁자는 검색 사이트인 빙(Bing)이나 야후(Yahoo)가 아니다. 바로 전자상거래업체의 거인인 아마존(Amazon)이다”

이 말은 세계 최대 검색사이트인 구글의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회장이 한 말이다. 어째서 ‘검색’의 대명사인 구글이 동종업계에 몸담고 있는 ‘빙’이나 ‘야후’를 경쟁자로 꼽지 않고, 엉뚱하게도 아마존을 꼽았을까?

구글은 미래 경쟁자를 같은 검색업체에서 찾지 않는다 ⓒ est.org

구글은 미래 경쟁자를 같은 검색업체에서 찾지 않는다 ⓒ est.org

이에 대해 슈미트 회장은 “아마존에서 직접 검색하여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구글에서 검색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광고를 보는 사람들도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당장의 경쟁 상대보다는 보다 잠재적인 경쟁자에 대해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의 경우에서 보듯 최근의 글로벌 선진기업들은 자신들의 경쟁자를 동종 업계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찾고 있다. 이른바 ‘역발상적 경쟁자들’이다. 처음에는 번짓수를 잘못 찾은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앞으로 전개될 미래 시장의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지금 소개하는 ‘SW서비스 업체를 경쟁자로 지목한 제조업의 대명사 제네럴일렉트릭(GE)’의 사례와 ‘3D 프린터를 모방해야 할 경쟁자로 삼은 캐쥬얼의류 판매업체 자라(ZARA)’의 사례는 바로 이같은 역발상적 전략의 결과물들이다.

SW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제조의 아이콘, GE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제네랄일렉트릭(GE)은 제조업의 아이콘이다. 설립 당시인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는 전기조명 제품의 생산으로 성장의 기틀을 다졌고, 이후에도 엔진 및 의료기 등의 제조를 통해 GE는 명실공히 최고의 하드웨어(HW) 제조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 GE가 오는 2020년까지 소프트웨어(SW) 분야의 세계 톱10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GE의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가 지난해 9월에 열렸던 사내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의 비전을 발표한 것.

당시 이멜트 회장은 “이제 우리의 경쟁자는 SAP이나 오라클 같은 대표적인 SW기업들”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우리의 주력 품목인 항공기 엔진이나 헬스케어 기기 등도 HW와 SW가 융합된 형태로 개발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엔진이라는 HW에 진단기술이라는 SW를 더해 제공하는 프레딕스 서비스 ⓒ GEreport

엔진이라는 HW에 진단기술이라는 SW를 더해 제공하는 프레딕스 서비스 ⓒ GEreport

이 같은 이멜트 회장의 발표는 곧이어 공개된 ‘프리딕스(Predix)’를 통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프리딕스는 HW만 팔지 않고, HW에다 빅데이터를 관리·분석하는 SW를 탑재시켜 고객의 생산성을 높이는 서비스까지 함께 팔겠다는 GE의 전략이 고스란히 포함된 ‘산업인터넷 SW 플랫폼’이다.

실제로 GE는 이멜트 회장이 공언했던대로 기존의 HW 제품을 SW와 융합한 제품 및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비행기 엔진이 대표적인 경우다. 과거에는 엔진 한 대당 500만 달러를 받고 파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는 매달 20만 달러를 받고 엔진을 관리해 주는 패키지 서비스를 함께 팔고 있다.

이에 대해 GE의 관계자는 “비행기 엔진에 센서를 부착하여 엔진의 상태를 미리 파악해주고, 필요한 검사를 지원하는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받는 판매 시스템”이라고 소개하며 “어느 항공사라도 GE의 엔진이 탑재된 비행기로 운항하고 있다면, 패키지 구입을 통해 안전에 대한 걱정을 훨씬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의류 개발 과정을 뒤흔들 3D 프린터

전 세계 패스트 패션 브랜드 시장의 빅3라 하면 대부분 ZARA와 UNIQLO, H&M 등을 꼽는다. 따라서 ZARA의 관계자에게 경쟁사를 물어 본다면 당연히 UNIQLO나 H&M을 거론할 것이다.

하지만 ZARA의 회장인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경쟁자들을 바라 봤다. ZARA의 경쟁자를 기업이 아닌 의류 출력 시스템, 다시 말해 옷을 즉시로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를 꼽았던 것.

패스트 패션 브랜드 시장의 대명사인 자라는 3D 프린터를 경쟁자로 보고있다 ⓒ wikimedia

패스트 패션 브랜드 시장의 대명사인 자라는 3D 프린터를 경쟁자로 보고있다 ⓒ wikimedia

그 이유에 대해 오르테가 회장은 “소비자가 디자인한 후 원하는 소재를 사용하여 즉석에서 옷 한 벌을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3D 프린터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의 패션의류 개발 과정이 일대 변혁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이 말대로 예전의 의류 개발 과정은 아무리 빨라야 2~3일 정도가 걸리는 패턴이었다. 디자이너가 샘플을 스케치로 그린 뒤 제품 사양을 적어서 샘플 제작사에 보내면, 하루나 이틀 정도 후에 나온 샘플을 다시 수정하거나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사용하게 되면 번거롭게 샘플이 오고가는 과정이 사라지게 된다. 즉석에서 바로 출력하여 샘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가 샘플을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만큼,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오르테가 회장의 설명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