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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와 창조적 자본주의

by hasd 2008. 1. 29.



다보스 포럼에서 기업의 사화적 책임을 강조해 2008년 01월 29일(화)

‘가진 자들의 잔치’를 무색하게 한 연설이라는 평도 들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려 일명 다보스 포럼이라고도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잘사는 세계 선진국의 기업가들을 비롯해 각국의 국가원수,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참여해서 세계경제를 전망하고 리드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는 장이다. 그야말로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권력자와 기업의 톱 브레인들이 만나는 장소다.

갖가지 비난 속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뉴라이트 신자유주의도 알고 보면 세계경제포럼의 작품이다. 그래서 세계경제포럼을 ‘가진 자들의 잔치’라고 비난을 받기가 일쑤다. 세계경제포럼에 대항하기 위해 이 포럼이 한창 무르익을 때쯤인 1월26일에는 소위 ‘1.26 행동의 날’을 개최해 ‘가진 자’를 비난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세계 최대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24일 세계경제포럼의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세계 기업들은 각국의 정부나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해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설에서 나타난 창조적 자본주의의 철학은 이렇다. “The world is getting better, but it’s not getting better fast enough, and it’s not getting better for everyone. We have to find a way to make the aspects of capitalism that serve wealthier people serve poorer people as well. I like to call this idea creative capitalism.

세계는 더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아지고 있는 속도는 빠르지 않고 더딥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가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부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자본주의가 가난한 사람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을 창조적 자본주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하루 1달러 생계비 인구 10억 넘어”

게이츠 회장은 또 이날 “세계 인구 가운데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생계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10억 명이 넘는다”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빈민을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고 촉구했다.

또 그는 “기업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초점을 둔 사업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시스템을 통해 수익을 올리면서도 시장 메커니즘 속에서 충분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두 가지 사명을 기업은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곧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커피를 농작하는 농민들은 너무나 가난하다. 그러나 커피 소비자들에게는 너무나 비싼 값으로 팔린다. 기업가들의 이윤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이츠 회장은 커피 농민들이 잘사는 나라의 커피 소비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과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다면 좀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 회장은 시장원리를 기반으로 한 철저한 자본주의 신봉자다. 그러나 그가 이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자본주의가 최선의 경제시스템이라는 신념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커지는 자본주의 체제의 부족함과 안타까움에 따른 것이다.

최고의 부자, 최고의 박애주의자

세계 최고의 부자로, 그리고 박애주의자로 알려진 게이츠 회장은 세계 경제는 더욱 나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빈부차이는 더욱 벌어지며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왜 늘어가는 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슬럼가인 소웨토 등을 직접 방문했다. 질병과 빈곤 문제를 이들과 논의했고 자본주의의 부족함을 목격한 뒤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접근법을 제시한 책들을 탐독했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왜 세계 많은 곳에서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지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 이날 연설에 담은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최고 액수를 기부하고 기업가 게이츠 회장은 미국 최고의 박애주의자로 선정됐다. 유력한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1998~2002년 사이에 기부액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게이츠 회장 부부가 총재산의 60%인 2백35억 달러를 기부해 압도적 1위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전세계 기업인들이 본받아야 할 사회적 책임의 표상,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인도를 방문해 인도 에이즈 퇴치 기금으로 1억 달러 규모의 거금을 선뜻 내놓는가 하면 교육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인도에 4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인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산의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게이츠 회장이 이날 기조연설은 6월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직을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그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은퇴 후 2000년 부인 멜린다 게이츠와 함께 세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자선활동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요하고도 분명한 他山之石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도덕적 박애주의자로서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는 부의 축적은 선결조건이다. 돈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독과점 기업가라는 혹독한 비난은 기부활동에 열심인 미국 기업인이 감수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게이츠도 반독점 소송에 휘말렸다.

미국에서 기부문화의 길을 열었다는 록펠러의 경우에도 무자비한 사업 활동을 펼친다며 ‘시대의 극악무도한 악한’, ‘미국인이 가장 증오하는 인물’ 등으로 언론은 거센 비난의 화살을 보냈다. 또한 록펠러가 자신의 재단을 만들려는 계획에 대해 “위험한 음모로 막대한 자산을 유지하려는 부정한 계획’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카네기도 예외가 아니다.

게이츠의 기부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창조적 자본주의 때문에 그를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거대기업가라며 선행으로만 바라보려는 감상주의적 시각만으로 그를 판단하는 것은 물론 위험한 일이다.

사각의 정글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부라는 선행과 부의 축적은 함께 가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게이츠 회장의 행보를 통해 박애주의 정신은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의 연설 속에서 나타난 창조적 자본주의 정신은 연이어 비리가 터져 나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가들에게 중요하고도 분명한 타산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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