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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아무래도 저녁식사가 고민이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는 남편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기로 약속한 날. 냉장고 앱을 열어 남은 재료를 확인한다. 두부, 당근, 파인애플 아이콘을 끌어당겨 냄비 아이콘에 담자, 세가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목록이 뜬다. ‘두부 탕수육’을 선택했다. 우유가 체크된 ‘쇼핑 목록’에 오이를 추가하고, 남편의 스마트폰에 ‘쇼핑 목록’을 전송했다. 튀김 요리를 하면 더워질 것을 생각해 귀가 직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에어컨을 미리 켜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침내 식사시간. 남편이 실크 넥타이에 얼룩을 묻혔다. 견직물 빨래법을 모르는 남편이지만, 걱정 없다고 큰소리를 친다. 스마트폰으로 ‘견직물 세탁법’을 검색하고 내려받은 뒤, 세탁기에 전송하면 알아서 세탁해주기 때문이다. 갑자기 멈춰도 걱정 없다. ‘자가진단’ 버튼을 누르면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화면에 띄운다. 스마트 티브이로 야구 중계를 시청하며 ‘키보드 리모컨’을 통해 트위터로 응원하는데, 갑자기 소리가 커져 깜짝 놀란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던 남편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자 스마트폰 티브이 앱을 이용해 볼륨을 높인 것이다.
김씨 부부의 일상은 더이상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가전제품이 스마트폰과 함께 연동하는 ‘스마트 가전’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무선인터넷(와이파이) 네트워크 환경 구축으로 집 밖에서도 가전제품의 작동 여부를 조작하고, 작동이 멎으면 스스로 고장 여부를 진단해 서비스센터에 연락한다. 단순히 절전 기능을 갖추고 고급 기능을 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붙이던 제품은 이제 설 자리가 없어졌다.
스마트 티브이와 함께 문을 연 스마트 가전은 올해 들어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가전업체들이 본격적인 스마트 가전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엘지(LG)전자는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오븐, 로봇청소기 등 ‘백색 가전’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원격 제어하는 제품들을 올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엘지전자는 올 초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바람·온도 등을 리모컨처럼 조작할 수 있는 휘센 에어컨 신제품 모델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19일엔 냉장고 전면에 부착된 10.1인치 모니터를 통해 저장된 식품의 목록과 위치, 보관기한을 확인하고 앱으로 제어할 수 있는 ‘디오스 스마트 냉장고’(모델명 R-T851SBHSL)를 내놨다.
삼성전자도 뒤지지 않는다. 문자를 통해 끄고 켤 수 있는 네트워크 에어컨을 출시했던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냉장고에 부착된 8인치 모니터에서 트위터·구글 검색 등을 할 수 있는 ‘스마트 양문형 냉장고’를 미국에서 먼저 선보였다. 무선인터넷으로 전기요금 정보와 연동하면 전기료가 비싼 시간에 절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제품으로, 우리나라에도 곧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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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가전 관련 앱 개발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드럼 세탁기가 고장 나면 큐아르(QR)코드로 대처법을 알려주는 앱을 내놓았다. ‘엘지 스마트 세탁기’ 앱은 스마트폰을 통해 소리로 200여가지 복합적인 오류를 진단해줘 바쁜 직장인의 시간을 아껴준다. 아이폰용 앱 ‘쿡 티브이 채널 토크’는 쿡 티브이 채널 변경이나 음량 조절이 가능하며 소셜 커뮤니케이션 기능도 탑재됐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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