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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의 난립… 코미디 방불케 해

by hasd 2015. 8. 11.



DAVID GOTHARD

필자는 테크 업계에서 거품이 끼어있는 분야를 하나 발견했다. 어떤 제품이나 스타트업이 이 카테고리에 해당되는지 파악하려면 제품 마케팅 자료에 “세계 최초의 스마트한…”이라는 문구가 있는지만 찾으면 된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 양말, 세계 최초의 스마트 칫솔, 세계 최초의 스마트 컵, 포크, 프라이팬, 세계 최초의 스마트 방귀 감지기 등등.

이 모든 기기는 실제로 존재한다. 심지어 끝으로 언급한 스마트 방귀 감지기도 진짜 있다. 현재 완벽하게 작동되는 시제품을 내놓은 이 방귀 감지기의 개발자는 킥스타터에서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CH4(방귀를 뀔 때 발생하는 메탄의 원소 기호)로 불리는 이 감지기를 바지 뒷주머니에 고정시키고 사용자가 섭취하는 식품과 방귀 횟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앱과 연동해 사용한다. 필자는 이 감지기가 (코미디) 패러디라고 생각했지만, 개발자인 로드리고 나르시소는 자신이 100% 진지하다고 주장한다.

일상 용품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커리어에 헌신하려면 ‘진지함’이 필요 조건인 듯하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 컵 베실(Vessyl)을 개발한 팀을 예로 들어보자. 이 컵의 홍보 동영상을 보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내용이 너무도 과장되서 코미디언 스테판 콜버트의 풍자 대상이 됐을 정도다.

이 컵에 맥주를 따르면 측면 LED 디스플레이에 빛이 나면서 ‘맥주’(beer)라고 표시돼 맥주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모든 의심을 잠재운다. 베실의 장점은 매일 사용자가 마시는 모든 음료를 감지함으로써 하루에 얼마나 많은 칼로리와 카페인을 섭취하는지 정확히 알려준다는 점이다.

“나는 4살이 넘은 사람 중에 자신이 갈증을 느낄 때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이를 본 적이 없다”고 광고회사 내슈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드 레몬은 지적했다. 그는 LA에서 코미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 톰 콜렌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현재의 스마트 기기 ‘혁명’에 대한 가장 신뢰할만한 연대기를 만들어 냈다.

이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의 태그라인 ‘We put a chip in it’(우리는 기기에 칩을 내장했다)은 엄청난 수의 창업가들과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을 사로잡은 ‘충동’을 완벽하게 설명해준다. “바보같은 물건들이 있다. 우리는 거기에 칩을 내장했다. 짜잔, 이제는 스마트한 기기가 됐다”

이 사이트에 등장한 많은 기기들은 너무나도 터무니없어서 필자는 개발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봐야 했다. 스마티펜즈(SmartyPans)를 개발한 라훌 박시는 자신이 요리를 잘 하지 못해서 스마트 프라이팬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엔지니어인 그는 요리를 배우는 것과 앱을 통해 요리법을 알려주는 프라이팬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세우는 것 사이에서 후자가 보다 효율적이어서 창업하기로 결정했다.

팬텔리전트를 세운 움베르토 에반스도 스마트 프라이팬을 만들고 있다. 에반스가 개발한 프라이팬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미 제조 단계에 이르렀고, 실제로 이 프라이팬은 정확한 온도를 알려준다는 유용한 기능 하나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프라이팬 손잡이에 온도가 표시되는 대신 무선으로 연결되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온도를 알려준다.

필자가 접촉했던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 가운데 에반스가 자신의 스마트 기기에 대해 가장 훌륭한 주장을 펼쳤다. 예를 들어 이 스마트 프라이팬은 연어의 두께에 따라 조리 시간을 알려주는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것. 그러나 필자는 이같은 스타트업 대다수가 내세우는 논리가 소비자들의 욕구보다는 자신들의 야심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다는 점도 간파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최초로 개발한 기기가 사물 인터넷 “생태계” 전체라는 무언가 더 거창한 것의 출발점일 뿐인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 물건들이 사용자들의 삶을 얼마나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주간 어떤 음식을 섭취했는지 막대기 그래프가 가득찬 대시보드를 보면서 정말 확인해보고 싶어할까? (세계 최초의 스마트 포크가 이런 기능을 제공한다.) 또 스마트 기기 하나를 추가할 때마다 충전해야 하는 기기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어떨까?

분명 스마트 사물의 용도 한 가지는 사용자를 감시한다는 점이다. 양말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블랙삭스(Blacksocks)의 창립자이자, 세계 최초의 스마트 양말을 개발한 세미 레이치티는 그가 만든 ‘인터넷과 연결된 양말’ 라인이 시장을 세분화하고 마케팅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를 할 때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뭘 하는지 물어봐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정확하게 안다. 그건 엄청난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제품을 위한 시장이 존재한다는 데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스마트 컵 베실의 마케팅 책임자인 닉 반스는 이미 세계 155개국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사전 주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단 제품을 받고 나면 고객들과 투자자들이 얼마나 충성도를 보일지 큰 의구심이 든다. 얼마나 많은 기기가 홍보 동영상에서 했던 약속을 지킬까?

이같은 스타트업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것이 나머지 IT 업계의 불길한 앞날을 예고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단지 방귀 감지기와 같은 기기를 만든 경험으로부터 기술 인재들을 해방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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